루이비통 리폼 이러면 망해요
명품수선 새론사에서 손 안 가는 명품 루이비통 스피디를 리폼하여 이렇게 이쁜 미니백 탬버린 백으로 만드니 이러면 루이비통 망하지 않을까 싶다. 명품인지 뭔지를 모르던 대학 때부터 루이비통 하나는 알아서 여유돈이 생기자마자 가장 먼저 구입했던 루이비통 스피디이다. 하지만 스피디를 좋아했던 이유는 꼭 명품이라서가 아니라 우아하고 귀여운 루이비통 시그니쳐 캔버스와 안정적인 스피디 디자인 때문이었다.
신나게 메고 다녔던 스피디 가방, 편하고 멋진 가방이어서 얼마나 들고 또 들었는지 그러다가 점점 다른 가방을 사게 되고 어느새 손이 덜 가게 되었다. 이제 옷 장 한 켠에 자리한 루이비통 스피디를 볼 때마다 애착이 가고 좋아하는 가방이긴 해도 착용하지 않는 가방을 들고 있기보단 새로운 디자인으로 리폼을 해야겠다고 결정했다.
근래 들어 미니백 초미니백의 유행이 강하게 분다. 심지어 아무것도 들어갈 수 없는 초미니백을 보면 이건 가방이 아니라 그저 하나의 액세서리일 뿐이다. 하지만 그렇게 극적인 미니백을 원한 것은 아니다. 그냥 꼭 필요한 소지품을 지니고 가볍게 다니고 싶었다. 이전처럼 모든 물건들을 들고 다닐 체력도 열정도 사라진 것일까. 루이비통 미니백을 찾아보던 중 유난히 눈에 띄는 탬버린 가방으로 리폼하기로 했다.
이렇게 귀여운 템버린 백이라니... 너무 하잖아? 별로 귀여운 외모가 아닌 내가 메기엔 무리인가 싶어도 내 눈이 즐겁고 내 손이 기쁘고 내 팔이 행복하면 그만이라서 기분이 좋다. 와 마음에 드는데 이러면 루이비통 회사 망하는 거 아닌가 싶다.
스피디를 찢은 결과는 템버린 백이고 그래서 내 기분은 탬버린을 탕탕 치고 싶은 마음이고!
가방 바디가 완전히 하드케이스라서 무엇을 넣든 크기만 맞으면 괜찮다. 그리고 깊이가 깊은 편이라서 소지품도 원하는 대로 적잖이 수납할 수 있어서 효율적이다. 구김이 가고 자유자재로 변모했던 스피디랑은 결이 완전히 다른 가방이다.
가방 아웃라인을 완전히 강조한 카우가죽 가장자리 에지 처리도 적당하고 뭔가 스피디에서 보여주었던 마름모 핸들 조각도 탬버린 백 클로우져에서 연결되어 섬세하고 멋스럽다. 누구는 리폼 왜 하냐고 짝퉁이라고. 하지만 루이비통 스피디가 정품이어서 좋아라 했던 건 아니다. 그냥 그 디자인과 소재가 마음에 들었을 뿐이다. 내 마음에 들면 그게 정품이지 싶다. 하지만 이 정도로 깜찍할 줄이야.
가방 옆면이 두꺼운 편이라서 물건은 많이 들어가는데 개인적으로 옆면에 카우가죽 스트랩이 죽 내려오는 게 그렇게 매력적이진 않은데 원본이 그렇다니 원본을 따른다. 물론 새론사에서는 내가 원하면 스트랩이 가방 상단에서 시작하게 그러니까 가방 하단까지 내려오지 않게 리폼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루이비통의 템버린 백이 유명해서 원본과의 차이가 심하면 그렇게나 말이 많은 짝퉁 소리를 듣게 되니 놔두자.
왼쪽 옆면에는 스트랩을 조절할 수 있는 하드웨어가 적용되어 어느 정도 길이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이걸 보니 더욱 오른쪽 길이를 짧게 하고 왼쪽을 길게 하는 언발란스를 구현했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아무튼 다 끝나버린 리폼 작업을 이제와서 뭐라 할 수 없지만 용감하지 못했던 나의 실수 원본을 따르고 싶었던 소심함으로 루이비통 탬버린 백의 리폼은 완성되었다. 그러나 약간의 아쉬움은 뒤로 하고 귀여움과 센스 게다가 효율까지 이번 가방 리폼 내 스타일일세.
한 동안 아마도 이 가방만 들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앙증맞고 센스있어서 보고 있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서 명랑하고 활기찬 생각이 든다. 어디 나갈 데 없나 당장 가방 들고나가 버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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